사람들아. 순천만에 가면 저녁 놀 아래서 금빛으로 일렁이는 이 갈대밭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주시라. 여러분이 걷고 있는 이 갈대밭을 지키려고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았는지 한 번쯤은 살펴 주시라. 순천만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자연 유산이다.
# 순천만 전사(前史)
순천시가 순천만에 처음 칼을 댄 건 2007년이다. 2006년 순천만이 한국 연안습지 중에서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게 전환점이었다. 1996년만 해도 순천시는 동천 물길을 직선으로 내는 사업을 계획했다. 순천만 일대 농지의 홍수 피해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순천만에 순천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내다버릴 때였으니 말이다.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환경단체가 겨우 막아냈다.
# 순천만 개혁시대
순천시의 태도가 바뀐 건 2006년 당선된 노관규(49) 시장의 결단 때문이다. 40대 시장답게 노 시장은 과감한 정책을 추진했다. 우선 순천만 습지 복원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전담 부서(관광진흥과)를 신설했고, 모든 부서에서 직원을 선발했다.
순천시는 순천만 일대 770만㎡를 생태계 보전지구로 지정했다. 생태보전지구 안에선 건물 증축이 안 된다. 지역 주민의 반발은 당연했다. 그러나 순천시는 더 강력한 정책을 구사했다. 순천만 일대 부지를 사들였다. 순천만에 있던 식당은 다른 데로 옮겨야 했다. 부지 매입과 보상금으로 순천시는 올해까지 114억원을 썼다.
순천시는 순천만 일대를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갈대밭에 탐방로를 설치해 샛길 통행을 막았고, 주차장 터를 생태공원으로 바꿨다. 지난해엔 오로지 철새를 위해 전봇대 283대를 뽑았다. 순천만 복원사업에 순천시는 올해까지 273억원을 썼다.
지금 깔끔하게 정돈된 순천만의 모습은, 그러니까 약 400억원의 돈이 들어갔고 수십 명의 공무원이 매달렸고 4년 동안 주민을 설득해 얻은 결과물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간곡한 사연이 배어 있는 법이다.
# 생태관광 성지
2006년만 해도 순천만을 찾는 관광객은 70만 명이었다. 그러나 2007년 180만 명으로 뛰었고 올해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람만 늘어난 게 아니다. 순천만을 찾아오는 철새도 확 늘었다. 올해 452마리가 목격된 순천만 흑두루미는 90년대만 해도 100마리 정도가 전부였다. 2007년 254마리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361마리가 관찰됐다. 흑두루미는 세계에서 9000여 마리밖에 없다. 지금 순천만엔 철새 230여 종이 날아들고, 식물 130여 종이 서식한다.
여느 생태관광 명소는 모든 성과를 관광수입에서만 찾는다. 그러나 순천만은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간다. 이른바 경관 농업 사업이다. 순천시는 대대포구 옆에 붙어 있는 논 59㏊의 농가 91곳과 재배 계약을 했다. 시세보다 높은 1000㎡당 96만원의 조건이다. 대신 절대 농약을 쳐서는 안 된다. 철새 보금자리로 활용되는 겨울엔 제 논이어도 출입에 제한을 받는다. 논에 색깔벼를 심어 두루미 그림도 그려 넣는다. 그 논에서 1년에 쌀 230t이 수확된다. 그중에서 30t을 철새 먹이로 주고, 남은 200t은 ‘흑두루미쌀’이란 브랜드로 판매한다.
그래도 순천시는 할 일이 남아 있다. 순천시는 순천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2013년엔 세계정원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입장료(2000원)도 받는다.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다. 생태관광의 핵심 개념이 예 있다. 자연 유산을 접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